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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용의 재즈경영스쿨

[재즈스타일] 환상의 ‘안정’을 벗어나 재즈스타일의 ‘안정’으로 진입하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 ‘안정’이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안정이라는 환상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반대로 원하는 과를 선택하지 못하고 대학에 들어와 기계과를 전공하게 된 나는 많은 대학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접했던 선배들의 모습에서 내가 발견한 ‘안정’이란 모습은 한마디로 “학점만 적당히 잘 받고 무난히 학교생활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골라 들어갈 수 있어”라는 것이었다. 취업이야 나중에 3, 4학년에 가서 조금만 신경 쓰면 되니까 1, 2학년은 마음껏 놀라는 선배의 조언이 당시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매일 당구치고 술 마시고 미팅하며 윗 선배들의 라이프스타일, 직업관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동기들을 보면서 난 같이 어울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난 그런 ‘안정’엔 조금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해도 취직이 보장 된다는 그 말이 오히려 나에게는 족쇄를 채우려는 달콤한 미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 남들이 보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대학에 인기학과 전공으로 그럴싸하게 보이는 안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마음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안정과 내 인생에 대한 의미를 세상에 떠넘겨버리고 내 꿈과 미래를 그런 ‘안정’ 따위로 타협했다는 자책감으로 내 스스로가 증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진정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도 모르면서 무엇이 안정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뚜렷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통보다 지루함을 못 견디는 나는 그런 매일의 삶이 정말 재미가 없었고 박제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좌절된 꿈을 찾기 위해 무척 방황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창작에 대한 욕구는 나를 음악동아리로 이끌었고 대리충족인 격으로 음악을 접하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다. 입대한 가장 큰 이유는 군대에 있을 동안 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해결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군대에 있으면서 취사병, 공구병, 밴드부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차츰 원하는 것을 가닥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갔고 그 무렵 재즈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안정이라고 하면 쌍벽을 이루듯이 떠올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돈’과 ‘현실’이다. 수많은 꿈과 도전이 이 두 단어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리고 이 두 단어로 모든 것을 해명하고 합리화시켜버리는 것 또한 많이 보았다.

그러나 나는 안정이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주는 경쟁이 결코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있다고 하자. 수많은 젊은이들이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한다. 그러나 입사와 동시에 나와 비슷한 생각, 경험 그리고 가려는 방향이 같은 수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환경 속에서 같이 쌍코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비슷비슷한 조건과 경험의 사람이 같은 방향을 향해서 뛰어가는 것처럼 이기기 힘든 경쟁은 없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경쟁을 하기에 더욱 치열하고 때론 비겁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나는 사라지고 경쟁만 남기도 한다. 

새로운 안정의 기준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변화가 곧 안정이다. 고정되고 안착된 것은 불안정이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안정의 기준을 재즈에서 찾는다. 재즈 음악, 재즈스타일, 재즈경영의 본질은 ‘변화 추구’에 있기 때문이다.  


<재즈스타일의 ‘안정’>

첫째, 내 안정의 기준을 내가 선택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이야기하는 안정된 직장, 주택, 자동차 소유가 아니라 어떤 이는 귀농을 해서 많은 돈은 없더라도 자연을 벗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이 안정일 수가 있다. 일단, 내 안정의 기준을 내가 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관, 가치관, 철학 등 주체적인 판단기준이 서 있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선 다소 이기적이 되어야 한다.
전설적인 영국의 팝스타 데이빗 보위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영국 왕실로부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작위를 받게 되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특정 형식에 의해 내 음악을 검증받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 독립된 존재이다. 나는 내 자신을 위해 음악을 한다.”

재즈스타일의 ‘안정’이란, 무엇보다도 내 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 가치관이 단단히 서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그 의미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한 대로 성취감과 만족감이 충족될 때 진정한 안정을 느끼는 것이다.

둘째,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균형을 잘 조절한다.

잘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더 안정되어 있다. 왜냐하면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는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싼 임금에 일도 더 많이 하고 더 잘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나는 그 일을 평생 못할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당장 돈을 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경우, 돈을 당장 벌 수 있는 일을 해가면서 하고 싶은 일과의 균형,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돈이 되는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가면서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셋째, 진정한 안정을 원한다면 불안정한 길로 떠나라.
 

흔히 요즈음 젊은이들은 소위 안정된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하는 추세가 대세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안정되게 월급을 꼬박꼬박 제공해주고 ‘갑’의 위치에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게 된다. 그러다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투자대비 능력으로 보았을 때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원들을 가차없이 퇴출하기 시작한다. 중년을 넘긴 나이에 정글 속에서 생존법칙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나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했던 최선의 선택이 오히려 최악의 불안정한 삶으로 인도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반면, 역으로 현실적이지 않고 안정과도 거리가 먼 길이 있다. 그 길을 선택하는 자는 분명 극소수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 길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꿈에 대한 열정, 새로움에 대한 도전정신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목표의식이 투철할 수밖에 없다. 처음 가는 길이다 보니 늘 긴장하며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외부가 위험하고 불안정하기에 안정의 요소를 자신의 내부로부터 찾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자신의 내부가 단단해진다. 철학과 생각, 판단력이 올곧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안정되지 않은 길을 가라. 그 길을 가게 되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에 개인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그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낯선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체험을 갖게 된다. 그 경험을 다른 이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되도록 재창조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경쟁상대없이 오롯이 나의 길만 걸어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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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위기를 만들어 기회를 창출하는 것, 지금껏 나의 인생여정에서 소중하게 깨달은 성공의 열쇠다.


넷째, 커다란 세상의 소리가 아닌 조용한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

세상에는 스스로에게 소외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보다 변덕 투성이인 세상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안정이란 결코 밖으로부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 내면의 저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다가오는 것이다.
군대에 있을 때의 시간 그리고 휴학계를 1년 더 연장하고 가진 나와의 대화시간은 앞으로의 내 인생의 꿈과 목표를 다시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더욱이 복학을 8개월 정도 남겨놓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간 6개월이란 시간은 한국을 벗어나 세상의 협박과 부모의 욕심이 제거된 환경에서 내면의 나와 철저하게 독대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고 다시 내 인생의 목표를 재정비하고 머나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저 마음 한쪽 깊은 구석에서 웅크리고 숨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손을 내밀어 따스한 대화를 시도해봐야 한다.

다섯째, 감정의 변화와 상관없이 지속할 수 있는 행동력, 실천력을 갖춰라.

누구나 다 열심히 한다.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감정의 기복이 있을 때,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도, 심지어 최악의 경우가 닥쳤을 때다. 그때 바로 허물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원래 해오던 대로 변함없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한다.
그런 지속할 수 있는 행동력, 실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매우 큰 힘이 된다. 왜냐하면, 내 감정과는 별도로 내 행동과 실천에 의해서 내 인생은 세상과 접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내 감정상태가 아닌 내 행동과 실천이다.
보통 자기관리라고 한다면 몸매, 외모를 많이 얘기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감정관리, 행동관리, 표정관리다. 나의 기복 있는 감정상태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비교하지 말라, 당신 스스로 존재하라.

진정한 안정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누구보다 더 뛰어나야 내 존재감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갈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어한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스스로 지닌 차별적인 핵심요소는 방치해두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는대로 따라 한다.  그런 식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자신의 정체성으로 스스로 존재하지 않으면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파레토의 법칙에서 롱테일의 법칙으로 선회한 지 오래다. 그리고 그것은 블랙 스완으로 날아올랐다. 이제는 0.1%의 소수가 전 세계를 바꿀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소수가 여러분이 될 수도 있다. 당신 고유의 색깔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면 지금과 같은 롱테일의 시대에서는 반드시 언젠가 써먹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가장 안정되고 행복하게 사는 길은 ‘자기’답게 사는 길이다.

일곱째, 항상 가슴 뛰게 만들어라.

가슴이 뛰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대에 대한 설렘으로 뛰는 경우,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경우, 사랑에 빠졌을 경우, 이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안정된 환경은 결코 내 가슴을 뛰게 만들지 못한다.
일에 대한 성취감으로 가슴이 뛰건, 사랑으로 가슴이 뛰건, 부당한 상황으로 인한 분노로 가슴이 뛰건, 무엇인가에 강력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태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것은 온갖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에너지를 불러온다.

여덟째, Best One이 아니라 Only one, 나만의 영역을 개척하라
남보다 더 큰 집, 더 많은 연봉, 더 비싼 외제차를 갖추어야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늘 Best one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설령 최고 자리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2, 3인자가 1위의 자리를 노리고 도전하고 있는 이상 결코 편안하지 못하다.
그러나 나의 차별성이 확고하게 반영이 된 Only One의 영역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예술작품처럼 그것 하나만이 의미 있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상의 빠른 변화와 동종업계의 무차별한 공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페이스대로 안정되게 자기 영역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아홉째, 0.2% 결핍의 상태를 유지하라.

안정이란 100%가 다 채워진 상태를 일컬음이 아니다. 완전함을 위해 노력하는 상태, 그것이 안정된 상태다. 그래서 약간은 불편한 상태, 부족한 결핍의 상태가 계속 지치지 않고 활동하게 만드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스스로 100% 완벽하다고 인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바로 그 순간부터 영민하게 깨어있던 야생의 생존본능이 둔감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나락과 퇴보만 남았을 뿐이다.

0.2%의 결핍상태는 내 자신을 안주하지 않게 만들고 정진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여러분께 감히 제안한다. 모두가 인정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지 마시고, 모두가 인정하지 않지만 내가 인정하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모험의 길을 가시라고.

진정한 안정됨이란 무엇보다도 내 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 주관이 단단히 서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성취감과 만족감이 충족될 때 온다. 결국 안정이란 나의 잠재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주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환경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나를 안주시키지 않고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불안정함이 안정된 길이라는 말이 된다. 정말 안정된 삶을 살고 싶으면 불안정과 친숙하게 지내라. 즉, 안정과 불안정은 동전의 양면이다. 

진정한 안정은 변화다. 재즈스타일식 안정을 추구하라. 그러면 불안정과 불확실한 상황을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