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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짱의 잇쵸스토리

[준짱의 잇쵸스토리 53] 준짱이 아니라 준상으로 안되겠니?

오늘은 이 블로그 타이틀인 "준짱닷컴" 의 이름이기도 하고 나의 아이디인 "준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준짱은 잇쵸에 있을 때 불리웠던 이름이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짱이란 일본어는 한국어로 “~에 해당한다.  여자에게 붙이는 명칭이다.   

김양, 박양하지않는가?  일본도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넌 남자인데 짱을 붙이느냐고?   

 

거기엔 사연이 있다.

 

잇쵸에서 일할 때 내가 한국인이어서 차별대우 받는다라는 것은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아마도 일본식당이기는 하지만  각종 인종의 도가니탕인 미국속에 있으므로 한국과 일본의 상대적 개념보다는 아시아인으로서의 동질 개념이 더 컸던 까닭 이다.


그런데 단 한번 내가 차별대우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내가 잇쵸에 들어온 후 1년이 가까워질 무렵에 새로 들어 왔던 20대중반을 갓 넘긴 일본여자였다.  그 때는 나도 이제 잇쵸에서 중견에 속해서 일도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신입이 들어오면 가르치기도 하고 잇쵸 일의 조율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생긴 때 였다.

 

그 신입은 리까라는 친구였는데 내가 일을 가르쳤다.  그런데 처음에는 준상이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쓰더니 어느 새인가 호칭이 달라졌다.  나와 또래인 일본인친구 가즈오라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가즈오를 부를 때는 꼬박꼬박 가즈오상 이라고 존칭을 붙이면서 나를 부를 때면 준군 아니면 준짱이라고 부르는 거다. 

내가 알기론 상은 ~씨라고 하는 존칭이고 군은 우리나라의 군이란 명칭과 비슷하게 비존칭이다.  난 그것이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차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엔 참고 있었으나 나를 부를 때마다 쓰는 그 명칭은 계속 되었다.  나는 적지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벼르고 있다가 그녀를 조용히 뒷창고로 불렀다.  호칭에 대한 나의 불만족을 이야기하며 왜 그렇게 부르냐? 내가 일본인이 아니어서 그러냐? 라고 캐물었다.  리까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되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 이후 그녀는 나에 대한 그 호칭을 수정했다.

 

나중에 일본인 남자친구에게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니 그는 피씩 웃으며 그건 친근감을 느낄때 부르는 애칭이라는 거다.  자기같으면 여자가 자기를 그렇게 불러 주는게 훨씬 좋다는 거다 

, 양은 원래 여성에게만 붙이는 호칭으로 남성에게 쓰여지면 애칭이 된다.   특히 여자들이 어떤 남성에게 이 애칭으로 부른다는 것은 친근감을 가지고 있고 호감이 있다는 뜻이다.   여러분들도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승엽선수를 일본인들이 승짱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
상이라는 호칭은  좀 낯설거나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말 탁월한 실력으로 일본인을 누르는 이승엽선수.  일본인은 진정 실력을 갖춘 이에게는
절대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뒷다리 잡기, 물귀신 작전 등 은 많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 사실을 잘 몰랐던 나는
순간 그녀에게 무척 미안함을 느꼈다.   물론 그녀는 그담부터 꼬박꼬박 정중히 준상이라고 꼭 불렀고 그 때마다 난 오해했던 것이 왠지 미안했다.  나중에 그녀에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그녀의 놀란 가슴은 그녀의 입술이 더 이상 준짱이라고 부르기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렇듯 언어를 잘 알기 위해선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 들의 관점에서 우선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어를 꽤 알고 있다고 느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혼네本音) 와 다테마에(建前)- ( 겉과 속이 다름) 가지고 있고 그리고 각종 상황에 따른 까다로운 처신, 표현에 대해선 2 3중막을 치고 있는 일본인인 까닭에 본심을 알아채기란 외국인으로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죽 했으면 같은 일본인조차도 일본인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하는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도 유학기간 중 잇쵸에서 내가 보내는 시간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일본인의 미묘한 감정흐름, 말투의 뉘앙스, 심리등에
대해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한국에서 쓰는 내 아이디를 준짱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잘한다” “king” “최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재밌다.   난 나에게 처음 이 명칭을 불러준 그녀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늘 준짱을 내 아이디 또는 닉네임으로 써오고 있다  

물론, 그녀의 기억 속에 나는 호의를 몰라줬던 무례한 외국인 또는 일본문화에 무지했던 외국인으로 남아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준짱의 1분노트>>

배용준, 욘사마 덕에 잘 아시겠지만 사마()는 극 존칭이다.  왕족에게 붙이는 명칭이다.

최근 기사에 일본팬들에게 한류스타들의 일일 스케줄을 팔고 2만엔(3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예를들어 '욘사마(배용준) 패키지'라고 하면 배용준이 자주 가는 미용실부터 헬스클럽, 그가 운영하는 식당 등의 위치를 가르쳐주거나 혹은 구경시켜주는 것이다.  사마의 위력을 아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