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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니언 일본전문가

[기획연재] 한일음악시장의 차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일본가요계의 KPOP 신한류열풍2

<한일음악컬럼 -  한일음악시장의 차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 한일시티저널 3월 잡지게재

재래시장 중에도깨비시장이라는 것이 있다.
불시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도깨비처럼 어느 순간 나타났다가 화끈하게 팔고 다시 금새 없어져버리는 시장이다. 몇백원 정도는 쿨하게 에누리해주고 덤으로 하나 더주는 넉넉한 흥정이 있다.
대신 주먹구구식이 많다. 얼마를 팔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짝퉁을 팔아도 제제할 수 있는 규제가 따로 없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상인들의 호객행위, 야바위꾼과 투전꾼의 싸움소리도 들린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뚜렷한 방향성, 계획성, 목표의식이 부재하다. 각 상인들과 품목들도 그저 필요에 따라 느닷없이 생기고 필요없으면 곧 사라지고 마는 존재다.

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 은 들어설 때 주변의 인구, 교통상황 등 철저하게 시장분석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도시개발계획 등에 따른 장기계획, 구체적인 전략을 밑바탕에 깔고서 시작한다. 마트안에는 온갖 종류의 상품들이 거의 빠짐없이 잘 갖춰져 있고 심지어 고객의 심리, 동선 등이 고려되어 배치되어 있다.  한때 팔아 치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가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품목이 구비되어있다. 그리고 각 상품에 대해 주기적으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세일이나 그외 마케팅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한다.  이와같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뚜렷한 목표, 철저한 계획과 전략하에서 운영이 된다.



재래시장은 한국의 음악시장은 연상케한다.
장기적인 계획이나 전략에 의해서 시장이 형성되기보다는 그때 그때 돈이 되면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도깨비 시장” 같다.
무엇 하나 돈이 되거나 뜬다 싶으면 그것을 모방하는 수많은 아류작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돈이 될 때 화끈하게 만들어 팔아치우자는 식이다. 서태지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가요는 랩으로 뒤덮혔었고 SG워너비의 소몰이 창법이 히트를 치면서 여기저기서 그 창법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줄을 이었다.

이러다보니 한국 가요계는 흐름이 끊기고 각 장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가 어려웠다. 70년대 통기타의 포크로 시작하여 발라드, 랩, R&B, 2000년대의 아이돌댄스그룹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압도적으로 유행했던 음악장르가 존재한다. 그 중 댄스와 발라드는 꾸준히 나름 발전하면서 장르로서 안착을 했지만, 너무 치우진 장르의 편협성으로 늘 논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는 대형스타는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특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문제는 그 스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장르의 음악마저 종적을 감춘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돈이 되는 가요장르위주로 음악시장이 형성되어져 온 결과, 안타깝게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는 제대로 축적이 되지 못했다.  대한민국 가요사에 20년 이상 된 변변한 밴드가 거의없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관록있는 스타 한 명과 해당 장르의 음악을 진득하게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기보다는 반짝 스타 여럿을 계속 펌프질하듯이 양산해내고 환호하는 것이 한국 음악시장의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음악시장을 진정성있고 자기색깔이 뚜렷한 음악가들보다는  돈이 곧 판단의 기준이 되는 상업적인 엔터테이너와 그 지망생으로 가득찬 장터로 만들었다.


반면, 일본음악시장은 대형마트, 백화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의 국가면적과 인구를 생각해본다면 세계적으로 봐도 그다지 큰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세계 2위의 음악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것은 일본 특유의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철저히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일본음악시장을 구축해왔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게 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처럼 일본의 음악시장은 연대순으로 단계적인 발전을 해왔다. 영미의 음악시장을 벤치마킹하여 40년대부터 “스타를 배출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하여 밴드붐을 일으키고 아이돌 스타를 키워내는 등 시대별로 세워둔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실천해왔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이 거대한 규모와 풍성한 내실을 함께 가지고 있는 탄탄한 음악시장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일본을  “2대1”의 사회라고도 한다.
어떤 분야이건 선두주자가 전체의 2/3가량을 점유하고 나머지 1/3을 수많은 비주류가 나누어 가진다는 뜻이다. 음악시장에도 정확히 이 개념은 적용이 된다.  일본도 메이저인 JPOP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지만, 나머지 일본음악시장의 1/3 을 수많은 마이너 뮤지션들이 나누어 가진다. 그러나,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일본음악시장이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기에 그 1/3의 파이조각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실질적인 크기를 보았을 때 매우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파이조각에서 수많은 인디뮤지션, 비주류 음악인들이 살아남을 공간이 존재한다. 물론, 메이저만한 영향력은 없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개성과 고집을 지켜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은 보장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의 다양한 음악적 기호가 받아들여져 독창적이며 다채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는 음악가들이 끊임없이    나오게 되었고 이 특성은 곧 일본음악시장에서 음악장르의 평준화를 가지고 오는 데 큰 몫을 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엔카에서 아이돌가수까지, 그리고 살사, 삼바와 같은 라틴음악이나 테크노,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지금도 일본 전국에 거의 1만여개에 달하는 라이브클럽 어딘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이런 음악적 다양성과 풍부한 아티스트로 인해 일본의 음악시장은 소비자들을 더욱 다채로운 시장으로 끌어 모으고 계속해서 새로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켜줌으로 인해 커다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모든 음악장르에 걸쳐 균형잡혀있는 일본음악시장이 댄스와 발라드로 편중되어있는 한국음악시장보다는 훨씬 많은 발전의 기회를 가지고 있고 성장가능성도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없다.

그런데 어느날 재래시장에서 히트를 친 상품이 대형마트에 우연한 기회에 선을 보였는데, 의외로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상품과 비슷한 종류의 물건을 다시 만들어 내놓았는데 폭발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이다. 그쯤되면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대형마트 별거 아니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대형마트에서 빅세일을 하는 특정품목이 불티나게 팔리고 사람들이 몰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품목이 지속적으로 계속 팔리리라는 보장은 없고 더욱이 그 품목이 그 대형마트를 점령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일본 음악시장에 진출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한국아이돌그룹의 선전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 대형마트에서 빅세일품목을 동네방네 홍보하며 전단지의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그 품목으로 고객들의 주목을 끌고 대형마트로 유도하여 다른 상품까지 사게 하기 위함이다.
현재 침체되어있는 일본음악시장에는 활력소가 필요했고 한국의 아이돌그룹이 그 기폭제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재래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대형마트에 입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위 뜬 한 가지 품목에만 매달릴것이 아니라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품목을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단기간에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를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듯이 일본음악시장은 100년을 훌쩍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긴 시간 동안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키워왔다.
우리 한국음악시장이 일본음악시장과 조우하면서 이번 기회에 그들의 장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우리 환경에 맞게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한국음악시장이 일본음악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장점과 이 두 시장이 적절하게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아내고 또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면에서 대형마트가 다 우세하진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재래시장에서 파는 몇대를 이어온 비법으로 만든 국수, 국밥 등 달인들의 음식과 그들이 팔 때 얹어주는 덕담, 추억은 치밀한 계획과 전략으로 짜여진 대형마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대형마트의 특성을 이해하고 장점을 일부 수용하여 우리 장터에 맞게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록 작지만 특색있고 견실한 우리 장터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우리 장터에서 파는 다양한 상품들이 대형마트의 곳곳에서 절찬리에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대형마트에서의 선전과 그들과의 협업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